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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슴사 2013. 6. 1. 15:10

 

 

 

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고 내가 받을 시간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지. 몇 초간 울리다가 끊어지는 그 벨소리가 내게 남겨준 희망인 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 난 아직 그것도 몰라.

그때 모른 척 놓아버렸던 순간. 괜찮다 이해한다 말하던 니 말을 다 믿는 척 하며 울음보다 가여웠던 니 표정을 못본 척 하며 설마 내가 너 없인 못살진 않겠지, 못된 마음으로 돌아섰던 그 순간. 그때가 가슴에 얹혀서 나는 자다가도 마음이 아팠어. 그런 새벽 몸을 일으켜 생각을 하면 마음만큼 머리도 아팠지. 세탁소 옷걸이들처럼 하나를 당기면 엉켜 있던 다른 것들까지 쏟아졌어. 너를 만나고 싶다 그 한 가지 생각을 끌어내면 묻어놨던 다른 생각들이 우르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결국 풀리긴 할까, 우린 너무 다른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있을까, 누군가와 이야기 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 생각나는 사람은 너 밖에 없었고.

너는 아주 가끔 내게 전화를 걸지. 받을 수도 없지만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꼼짝할 수도 없어. 지금 막 끊어진 벨소리가 희망인 건지 아니면 내게 주는 벌인지 난 그것도 몰라. 하지만 내가 너였다면 그렇게 나쁘게 떠난 나한테 전화를 걸었을까. 내가 정말 밉다면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너는 전화하지 않았을 거잖아.

나는 오늘 너한테 전화를 하려고 해.
안녕, 나야. 그러곤 나 아무 말도 못할 거야.
너는 뭐라고 대답할까. 받지 않을 지도 모르지. 그래도 나는 걸어볼려고 해.

안녕, 나야.
미안해.
그동안 아무 답도 준비 못했어.
엉켜 있는 옷걸이들 다 들고 여기로 왔어.
나는 그냥.
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