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사
2013. 11. 1. 14:56
몰랐지. 헤어지는 게 이런 건지. 그러니까 내가 겁도 없이 '그래, 그러자.' 했겠지.
니가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거니까 이러는 거야.' 말을 하면서 내가 선물했던 시계, 사진, 커플링, 그것들을 다 돌려줄 때까지도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어. 그래도 설마.. 그런 생각. 우리가 사랑한 세월이 얼만데, 정리하자.. 그 한마디에 그 시간들이 다 정리가 될까? 헤어지지 말자, 영원히 사랑하자. 그 말들이 다 무효가 될까? 그건 말이 안된다. 그런 생각.
니가 "갈게." 말하고 일어나고, 내 눈에서도 눈물같은 게 막 나려고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친구들불러내서 술도 마시고 그러면서도 나는 '설마, 이게 끝일까?' 했었지. 우리가 사랑한 세월이 얼만데. 설마..
그러다 너한테 전화를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아. 전화기가 내 손안에 있는데, 전화를 할 수 없었을 때. 내가 왜 전화를 하면 안되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자주 걸던 번호였는데. 왜 이제는 안된다는 거지?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용감히 전화를 걸었는데. 들리는 목소리는 '없는 번호 입니다.'
귀가 멍멍해졌던 것 같아. 파도 속에 잠긴 내 발을 내려다 볼 때처럼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 세상이 울렁거렸지. 밀려 왔다가 밀려가고, 니가 왔다가 니가 가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그렇게 울렁거리는 걸 보다가, 거울 속에 있는 내 얼굴이 울음으로 터질 것 같은 걸 보다가, 나는 그제야 내가 지금 이별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지.
전화번호는 그대로 두지 그랬습니까. 내가 당신에게 전화 해도 나쁜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요. 내가 그렇게 단숨에 싫었습니까? 다시 나한테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까? 당신은 정말로 그 날 모든 걸 다 끝냈습니까?
뒤늦은 이별
이젠 혼자 해야 하는 이별